기분이 나쁠 때마다 쇠를 오독오독 씹어 먹는 금지철 선생님은 교실에서는 어떠한 ‘문제’도 생기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완벽주의자다.
그러니 행동이 느린 창수, 도둑 누명을 쓴 은호, 거짓말하는 채윤이 같은 학생들의 특별한 사정 따위에 관심을 둘 리 없다.
그저 그들이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고분고분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상담 시간에 나타난 아이들의 보호자들은 아이들을 위해 적극 해명에 나선다.
그러나 이 해명이라는 것이 황당하고 엉뚱하기 그지없는 데다 불쑥 나타난 ‘버릇없는 낯선 방문자들’로 인해 선생님은 거의 폭발 직전에 이른다.
매 상담마다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계속 등장해 이야기는 숨 쉴 틈 없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어린이들의 어떤 문제적 상황이 매개가 돼 시작된 상담은 황당하고 엉뚱한 변호들 덕분에 오히려 아이들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 준다.
어린이들은 상담하는 어른들의 대화 속에만 등장함에도 어린이들의 목소리와 마음이 굉장히 선명하게 부각되고 잘 들린다.
20년 전 만났던 첫 제자들이 찾아오고 나서야 마음의 변화를 느끼고 그동안 삼켰던 쇳조각을 모두 게워 내는 금지철 선생님의 모습은
어른이라고 다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 어른도 어린이처럼 계속해 성장해 나간다는 사실을 넌지시 알려 준다.
선생님의 칭찬을 받고 빵집 주인이 된 김빵점, 닭대가리라고 놀림 받다가 정말 닭대가리가 되어 찾아온 진희의 이야기는
아이들을 비교 평가하는 어른들에겐 뜨끔할 대목이지만 읽는 내내 유머와 재치가 있어 즐거움을 선사한다.
아이들 모두가 소중한 존재이고, 때가 되면 꽃을 피운다는 작가의 마지막 메시지는 깊은 울림을 준다.
어쩌면 우리 모두 어린이들을 비교하고 평가하며 스스로 피어나는 걸 기다려 주지 못했던 건 아니었을까?
금지철 선생님이 쇠를 뱉어내고 예전의 따뜻한 선생님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이 작품을 읽는 독자들은 따뜻하고 자유로운 눈으로 어린이들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어린이들의 문제로 시작된 이야기는 어린이를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을 이끌어 낸다.
어른들에게는 반성과 교훈을, 어린이들에게는 공감과 해방감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특별한 작품이다.
[출처: 알라딘]